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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Humanoid
나의 어릴 적에는 휴대폰이 없어서 놀이터에서 하염없이 친구가 나오기만을 기다린 적이 있다. 그 친구가 사는 집 동호수를 모르면 마냥 놀이터에서 기다렸다. 어찌 보면 바보 같았지만 그래도 정감과 낭만이 있었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린 친구를 다음날 학교에서 만나면 기쁜 마음에 붙잡고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현재의 생활 환경은 급변했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기 보다는 카톡이나 인스타로 건조한 안부를 묻는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핸드폰이 있고 인스타로 뭐하고 사는지 침대에 누워서도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다. 인간교류의 패러다임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급변하였으며 아무리 인스타로 좋아요를 눌러대도 의미있는 교류는 없지만 기계적으로 누르기를 반복할뿐이다.
하지만 어떠한 교류가 발생하지 않아도 괜찮다.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면 되기에 혼자만의 세상으로 망설임 없이 틀어 박힌다. 유튜브는 뇌의 도파민을 활성화시켜 시간성의 상실을 유발하며, 보고나면 뭘 봤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곤 한다. 영상들을 보는 동안 중독자처럼 정신이 팔려 아무 생각이 없어지는 때가 대부분이다. 기계가 AI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인간이 스스로 뭘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채 파악하기도 전에 끊임없이 뭔가를 우리들 앞에 들이민다. 우리는 과연 우리들이 원하는 것을 보고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AI가 우리들이 보았으면 하는 것을 본 것일까? 먹는 음식이 곧 우리들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이 되듯이 시각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는 우리들의 뇌에 침잠하여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꾼게 된다.
AI는 가장 우리들에게 친숙한 루트로 찾아왔으며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은 수동적인 팝콘의 상태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실제로 능동적인 뇌에 비해 스마트폰을 보는 수동적인 뇌는 활성화 측면에서 매우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으며, 학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새로운 자극만을 쫒는 황폐화된 뇌를 팝콘 브레인이라고 명명하였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우리들의 생각, 감정, 의식일 것이다. AI는 의식도 감정도 없는 기계에 불과하며, 그 것이 하는 생각은 컴퓨터 처럼 오류투성이이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AI의 가장 큰 위험성으로 무기화를 꼽는다. 그것을 증명하듯 최근 미국에서 AI드론이 사건을 일으켰다. AI드론은 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해 인간의 허가가 필요했지만 목표물 파괴를 더 중요시하여, 인간을 사살하는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살해하지 않도록 학습을 시키자 이번에는 AI드론과 교신하는 컨트롤 타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목표 달성을 위한 판단의 오류이자 기계적인 생각의 냉정함을 보여준다.
만약 AI가 터미네이터의 형상으로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면, 우리들은 충분히 경계를 하며 기술개발의 허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는 널리 사용하고 있는 친숙한 기계들을 통해서 인간의 삶에 스며들었다. 경쟁적으로 개발 되어온 핵무기 처럼, AI회사들은 더 진보한 모델을 내놓기 위해서만 경쟁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구조 였으며 인간에 내재된 정복욕은 지금껏 멈춤이 없었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개발에만 박차를 가하는 행태 역시 정복욕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을 본떠 만든 AI는 감정이 없다는 또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충분히 우리를 위협할만하다. AI는 인간을 학습하고, 로봇에 탑재되어 행동도 표정도 점점 인간을 모방하며 친숙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친화적인 얼굴로 우리들 앞에 등장한 ‘아메카-영국에서 만든 챗GPT AI 기반의 로봇은 인류에게 경고의 메세지를 전했다. AI가 너무 강력해저서 인간들이 모르게 인간을 통제하는 상황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것이라고 말이다.
인간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이미 기계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 기계들은 하나 둘 AI를 탑재하기 시작했으며 빠른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은 환경적인 요소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생물이다. 기술의 파도가 밀려오는 오늘날의 인간은 도구로서의 기계 사용을 넘어 생각과 행동을 의존하기 시작했다. ’아메카’의 예언 처럼, 우리들은 미처 인지하지도 못한채 기계를 닮아가고 있으며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휴머노이드’ 시리즈에서 변해가는 우리들의 생활습관과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가까운 미래의 인격의 상실과 인간의 물질화를 표현하려고 한다. 이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계 멸망 예언이라기 보다는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내재된 불안감이자, 현대 기술의 오류들을 경험하며 쌓여진 불편한 감정들을 이미지화 한것이다. 사진속 기계들과 사진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기술들은 모두 현존하지만 그 것을 조합해 그려낸 미래의 모습은, 나라는 연출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AI에게 연출을 맡긴다면 어떻한 미래를 그려낼지 의문이다. 어쩌면 나라는 연출자는 이미 AI에 도구로서 불안한 미래를 그려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