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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성운/ Concrete Nebular

Date

2020

Project type

전시

20대 중반에 원인 모를 병에 걸려 2년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보냈다. 회복될 기미는 안 보이고 힘든 시간이 계속될 때 문득 ‘내가 왜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우주 속에 떠다니는 개미가 된 것 마냥 나의 존재 가치에 의문이 들었고 그동안 나름 열심히 살았던 지난날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회복된 지금까지도 삶을 왜 살아가야 되는지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내 몸 어디인가에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다시 예전처럼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거대한 틀에서 보았을 때 우리들은 수많은 별들의 폭발과 그 잔해들로부터 창조된 생명체일 것이다. 부모의 DNA가 자식에게 전달되고 그 안에 있는 유전자 정보들의 조합에 따라 아이의 성향과 외형 등의 것들이 결정된다. 이후에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인생의 변수들이 그 아이의 미래의 모습을 결정하겠지만, DNA에 저장되어있는 유전자 배열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은 우주의 DNA를 가지고 있는, 우주를 닮은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작은 우주라고 보는 시각은 고대 때부터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중국 송나라의 학자 소강절은 황극경세서를 통해 우주와 인간의 연결고리를 밝히려 하였고 네이처 지에는 뇌와 우주의 유사성을 발견한 논문을 게재하였다. 그 논문에서는 인간의 뇌와 우주가 시각적으로 유사할 뿐만 아니라 구조적, 물리적으로도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구동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우리들이 만들어낸 도시 역시 우주를 닮아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조직과 장기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는 단백질 분자와 DNA로 구성되어있다. DNA는 단순한 화학물질이지만 그들의 집합체인 생물은 살아있는 존재이다. 우주의 별들이 질서와 혼돈 속에서 죽고 태어남을 반복하듯이, 기원전 3500년 인류 최초의 도시(Uruk)로부터 현재의 메트로폴리스까지, 도시는 우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죽고 다시 태어남을 반복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는 인류문명의 부산물이라기보단 우주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생물에 가깝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주, 인간, 도시의 관계는 역사속에서 유기적으로 변화해왔다. 하지만 신의 존재, 사후 세계, 우주의 탄생 같은 주요 논제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이며, 지금까지 밝혀진 해답들은 또 다른 의문을 낳을 뿐이다. 어쩌면 우주는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제시함으로서 삶의 동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DNA 연구를 통해 인류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의 목적은 학자마다 다양하겠지만, 결국 핵심은 예측불허한 우리들의 미래에 방향성을 부여하고 싶은 것이다. ‘콘크리트 성운’ 시리즈는, 도시의 단면들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주와 우리들의 연결고리를 탐구하려는 작업이다. 인간이 죽기 전까지 죽음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우주의 수많은 의문들 또한 인간이 영원히 알 수 없고 알아서는 안되는 영역이지 않을까? 다만 우리는 삶 속에서 희망, 사랑 등 망각의 처방제를 받아가며,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이 되어 끊임없이 삶을 살아갈 뿐인지도 모른다. 팽창하는 우리들의 도시를 보며 우리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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